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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쇼어링(Reshoring)’의 시대: 글로벌 공급망의 재편과 한국 기업의 전략

by primime 2025. 11. 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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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공급망의 균열 — 리쇼어링이 등장한 배경

지난 수십 년 동안 세계 경제는 ‘글로벌 분업’이라는 원칙 아래 빠르게 통합되어 왔습니다. 오늘은 ‘리쇼어링(Reshoring)’의 시대: 글로벌 공급망의 재편과 한국 기업의 전략에 대해 소개해 드릴 예정입니다.

‘리쇼어링(Reshoring)’의 시대: 글로벌 공급망의 재편과 한국 기업의 전략
‘리쇼어링(Reshoring)’의 시대: 글로벌 공급망의 재편과 한국 기업의 전략

선진국 기업들은 인건비가 저렴한 지역으로 생산시설을 옮기며 비용을 절감했고, 소비자들은 낮은 가격에 다양한 상품을 누릴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이 효율적인 구조는 코로나19 팬데믹, 미·중 무역갈등, 우크라이나 전쟁 등 연속적인 글로벌 충격 앞에서 균열이 생기기 시작했습니다.

공급망이 특정 지역이나 국가에 과도하게 의존되어 있다는 사실이 드러나자, 각국 정부와 기업들은 생산 거점을 다시 자국 또는 우방국으로 되돌리는 ‘리쇼어링(Reshoring)’ 전략을 추진하기 시작했습니다.
리쇼어링은 단순한 ‘공장 복귀’가 아니라, 경제안보와 기술주권을 확보하기 위한 움직임으로 이해할 수 있습니다.

특히 미국은 ‘인플레이션 감축법(IRA)’과 ‘반도체 지원법(CHIPS Act)’ 등을 통해 반도체·배터리 등 핵심 산업을 자국 내로 끌어들이고 있습니다. 유럽 역시 자국 내 제조 기반을 복원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으며, 일본은 공급망 안정화를 위해 자국 기업의 해외공장 복귀를 적극 지원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흐름은 단순한 일시적 트렌드가 아니라, ‘지정학적 리스크 시대의 새로운 경제 질서’로 자리 잡고 있습니다.
이제 세계화(Globalization)는 ‘전면적 통합’에서 ‘선택적 동맹(Selective Alliance)’으로 방향을 틀고 있는 셈입니다.

세계는 어떻게 재편되고 있는가 — 리쇼어링의 실제 움직임

리쇼어링은 산업과 지역에 따라 서로 다른 양상으로 나타나고 있습니다.

가장 적극적인 국가는 단연 미국입니다. 미국은 반도체, 전기차 배터리, 국방·에너지 산업을 중심으로 자국 내 제조 인프라를 강화하고 있습니다. 인텔, TSMC, 삼성전자 등이 미국 내 반도체 공장을 건설 중이며, 이는 단순한 생산기지 이전이 아닌 기술력과 공급망을 동시에 통제하려는 전략입니다.

유럽연합(EU) 또한 에너지 위기 이후 ‘유럽판 IRA’라 불리는 ‘그린딜 산업계획’을 발표하며 청정에너지·배터리 산업의 유럽 내 생산을 장려하고 있습니다.
한편, 중국은 이러한 리쇼어링 흐름 속에서도 ‘내수 중심 경제’로 전환하며 자급률을 높이고, ‘일대일로’ 프로젝트를 통해 다른 신흥국과의 공급망 네트워크를 강화하고 있습니다.

이처럼 세계는 ‘블록경제화(Block Economy)’, 즉 동맹국 중심의 공급망으로 재편되는 중입니다.
이 변화는 단순히 국가 간 무역구조를 바꾸는 데 그치지 않고, 산업 구조와 투자 흐름, 나아가 고용·기술 개발의 방향성까지 전면적으로 흔들고 있습니다.

특히 기술 중심 산업일수록 리쇼어링의 영향이 크며, 반도체·배터리·바이오 등 첨단 분야에서 ‘경제 안보 = 기술 안보’라는 인식이 강화되고 있습니다.
이제 제조업은 더 이상 비용 절감만으로 움직이지 않습니다. 안정성, 지속성, 그리고 신뢰할 수 있는 동맹 관계가 새로운 판단 기준으로 자리 잡고 있습니다.

한국 기업의 대응 전략 — ‘글로벌+로컬’ 균형을 잡아야 할 때

리쇼어링의 확산은 한국 기업들에게도 중대한 전환점을 던지고 있습니다.
한국은 그동안 ‘글로벌 분업’ 체계의 핵심 참여자였습니다. 중국·동남아에 생산기지를 두고, 선진국 시장에 수출하는 구조가 효율적이었죠. 그러나 지금은 그 구조 자체가 흔들리고 있습니다.

첫째, 공급망 다변화가 핵심 과제가 되었습니다.
삼성전자, LG에너지솔루션, SK하이닉스 등 주요 기업들은 미국, 유럽, 동남아 등 여러 지역에 생산 거점을 분산 배치하고 있습니다.
이는 단순한 리스크 회피를 넘어, 각 지역의 정책 지원을 활용하고 시장 접근성을 높이려는 전략입니다.

둘째, ‘프렌드쇼어링(Friend-shoring)’ 전략의 중요성이 커지고 있습니다.
이는 정치적·경제적 가치가 유사한 국가끼리 공급망을 구성하는 방식으로, 한국은 미국·일본·EU 등과의 협력 속에서 기술과 자본을 교환하며 새로운 산업 생태계를 만들어가야 합니다.

셋째, 자동화·스마트공장 등 기술 혁신을 통한 국내 제조 경쟁력 강화도 필수적입니다.
해외에 있던 공장을 단순히 되돌려오는 것만으로는 경쟁력을 확보하기 어렵습니다. 인공지능(AI), 로봇, 데이터 기반 생산체계로 전환하여 ‘고부가가치형 리쇼어링’을 실현해야 합니다.

마지막으로, 정부 차원의 정책적 지원과 인프라 구축이 뒷받침되어야 합니다.
세제 혜택, 연구개발(R&D) 지원, 인력 양성 등 리쇼어링을 위한 종합적 생태계가 마련될 때 기업의 전략이 실질적 성과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결국 한국 기업에게 필요한 것은 ‘글로벌+로컬(Global + Local)’의 균형 전략입니다.
즉, 글로벌 시장과의 연결성을 유지하면서도, 자국 내 기술력과 생산 역량을 강화해 나가는 이중 트랙 전략이 앞으로의 생존 해법이 될 것입니다.

 

리쇼어링은 단순한 경제 용어가 아닙니다.
이는 국가 안보, 기술 경쟁, 산업 주권이 얽힌 거대한 경제적 흐름입니다.
세계는 지금 ‘비용의 시대’에서 ‘안정의 시대’로 이동하고 있습니다.

한국 기업이 이 거대한 변화의 파도 속에서 기회를 잡기 위해서는
단순히 공장을 어디에 두느냐가 아니라, “어떤 기술로, 어떤 동맹과 함께, 어떤 가치로 생산할 것인가”를 스스로 정의해야 합니다.

리쇼어링의 시대는 불확실하지만, 동시에 새로운 가능성의 장이기도 합니다.
공급망의 재편은 위기이자 기회 —
이제 한국 경제가 그 방향타를 어디로 돌릴지가, 앞으로 10년의 경쟁력을 결정하게 될 것입니다.